중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과의 관계 강화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 대상에서 필리핀은 제외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로 예정된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문과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베트남, 태국, 브루나이 순방 등을 포함, 시 주석과 리 총리는 취임후 지금까지 아세안 회원국 정상을 초청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20차례 가량 정상회담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그간 개별 방문이나 보아오 포럼, 광시(广西)에서 개최된 제10차 중국-아세안 박람회 참석 등을 통해 아세안 회원국 중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태국 정상이 1∼2 차례 중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아세안 외교 대상에서 필리핀은 빠져 있다. 시-리 체제 출범후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시 주석과 리 총리 역시 필리핀을 찾지 않았다.
필리핀의 베그니노 아키노 대통령은 제10차 중국-아세안 박람회 참가를 추진했으나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국제중재재판 신청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무산됐다.
중국이 아세안에 공을 들이면서도 필리핀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중국해 문제, 미국과의 관계 등을 놓고 양국간 틈이 크게 벌어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필리핀은 황옌다오(스카보러섬), 런아이자오(아융인)을 비롯한 남중국해 여러 섬의 영유권 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필리핀이 이에 맞서 미국 및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요소다.
필리핀은 미군에 마닐라 북부 수비크만 해군기지 등의 개방의사를 밝히는 한편 미국, 일본과 수시로 합동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점차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필리핀이 미국일변도 외교를 펴면서 미국의 중국포위망 형성에 일익을 담당하는 데 대해 중국은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런 중국의 불만은 아세안 외교에서 '필리핀 왕따' 전략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이런 양국간 불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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