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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내 얼굴에 검버섯

[2014-01-21, 14:21:43] 상하이저널

검버섯을 뺐다. 레이저 치료라는 걸 검버섯을 제거하면서 처음으로 받아봤다.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과 삼겹살을 태울 때 나는 냄새가 섞여 나더라는.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나의 검버섯은 눈 꼬리 살짝 아래로 귀 앞에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왜, 여기에 검버섯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다. 보통 검버섯이 생기는 위치는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거나 팔 다리 목에 일반적으로 생긴다는데 머리카락으로도 가려지고 선글라스 다리로도 가려지는 애매모한 위치의 검버섯은 한 번의 레이저 치료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15년 동안 내 얼굴에 있었던 고 녀석을 지인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레이저 치료 흔적을 보고 거기에 그런 게 있었냐고 오히려 되묻다 보니 오랫동안 나 혼자 갖고 있던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나 싶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사람은 남편.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표가 안나서 말은 안 하고 있었단다. 레이저로 제거 했다니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남편이었다.

검버섯을 치료하면서 습윤 밴드를 하나 붙이고 왔는데 세수를 할 때도 조심~, 진물이 나올 때도 잘 닦아내며 관리를 하다 보니 거울을 들여 다 보는 시간이 엄청 늘어났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던 청춘엔 꼬박꼬박 피부과에서 관리도 받고 다양한 화장품에 기능성 브랜드를 줄줄 외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귀찮아 손바닥에 모두 덜어내 한 번에 쓰윽 밀어붙이는 걸로 화장을 끝낸다.

늘 거울속의 나는 낯설다. 마음에 있는 내 모습과 너무나 안 닮아서 진짜 저 모습이 나인가 싶었는데 검버섯 덕분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 결혼 11년차 아내, 중국생활 10년차 아줌마인 나를 제대로 보고 있다. 헝클어진 눈썹을 다듬고 미간에 세로로 그어진 두 줄의 주름도 펴주고 굳게 다문 입술도 부드럽게 매만져 본다. 말 설고 낯설고 물선 중국에서 산다고 애쓴 시간을 어쩔 수는 없지만 거울 속의 내가 낯설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시간이 11년이나 흘렀나 싶다.

“미간에 보톡스 맞고 주름으로 패인부분은 필러하시고 입가에 처진 피부는 이렇~게 당겨주면 예전얼굴이 되시겠네요. 나이에 비해 관리를 잘 하신편이세요.”

피부과 의사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보톡스에 필러하고 얼굴 당겨서 앳된 모습인들 입을 열면 아줌마 그대로인데 어쩌나 하는 생각에 나온 웃음이다. 그냥 검버섯만 없애겠다고 레이저시술을 받고 나왔다. 검버섯의 위치가 관상 중 부부궁에 있어서 안 좋다는 피부과 의사의 얘기도 검버섯을 제거해야겠다는 데 영향이 컸다. 우리 부부 사이는 더 좋아졌을까?

습윤 밴드를 떼고 나서 그게 잘 아물었나 봐주는 것도 남편이다. 검버섯은 버리고 습윤 밴드 같은 도톰한 애정을 확인한 셈이다. 관상은 효과가 있었다.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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