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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들의 후임

[2014-03-10, 16:46:50] 상하이저널
어느날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녀석이 뜬금없이 자기 군대 후임이 전역하고 잠시 이곳에 온다고 한다. 빈방도 없고 네 방도 좁은데 어떡하냐 하니 거실에서 자도 되고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에 그래 군에서 더 열악한 조건에서도 지낸 경험이 있으니 아직은 이것도 궁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젊은이들에게 잠자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모처럼 만나 즐겁게 지내다 가면 그것으로 족한 거지 하며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살짝 신경은 쓰였다. 장성한 아들의 친구가.

헌데 남편은 아주 반대였다. "아들의 후임은 곧 나의 후임이다"하며 미리 선포를 하고 내가 단순한 선임의 아버지가 아니 라하며 큰소리 치는 장난스런 모습이 나에겐 낯설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아들이 처음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그곳이 남편이 군복무 하던 바로 그곳이란 걸 알고 놀랍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이곳으로 와 이제 성인이 돼 조국의 의무를 하러 간 곳이 최전방 철원이라 걱정될 만도 한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걱정보다 오히려 안도의 숨을 쉬었었다.

복무기간 동안 한번도 면회를 못갔지만 아들이 잘 지내리란 믿음이 있었고 또 뜻밖에 예전 남편이 있을 때 가깝게 지내던 상사를 만나 오랫만에 서로 통화하며 인사하고 아들을 통해 이런 묘한 인연을 경험 하기도 했다.
 
이제 갓 전역한 아들의 아니 남편의 까마득한 후임이 한껏 멋을 내고 우리 집으로 왔다. 현관에서부터 무릎을 꿇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남편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저 대견한 웃음으로 맞아주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들은 아버지는 손님들께 상하이의 역사, 과거를 보여준다면 자기는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일주일을 알뜰하게 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마침 방학이라 짬을 내 아르바이트도 하며 함께 많이 걷고 보고 맛난 음식 먹고 또 많이 즐겼다고 하는 거 보니 나 또한 즐겁고 언젠가 나도 아들의 가이드를 받으며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해 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난 이제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를 느낀다. 우리는 참고 감추고 그것을 배려라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게 표현한다. 가끔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겠지?

모처럼의 방문에 엄마는 바쁘다. 덩달아 아빠도 뭘 맛나고 좋은걸 먹이고 싶어 이것저것 챙기는데 급기야 어느 날 아들과 후임녀석 먹는 걸로 자기들한테 너무 부담주지 말라고 말한다. 순간 난 기가 막혀,

"야, 지금 부담은 너희들이 주는 거야. 이 철없는 녀석들아!"

소리치니 아니 그냥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라며 어머니 힘드실 까봐 하며 변명을 한다. 아무튼 그 이후로 우린 서로 자유로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뭔가 아쉬운 건 세대차이인 것 같다. 며칠 후 아들로부터 돌아간 후임이 상하이에 어학연수를 하러 오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비전이 생긴 모양이다 생각하니 이곳에서 지낸 일주일 충분히 보고 느끼고 간 것 같아 기쁘다. 아들의 후임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잠깐의 기회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발전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과 더불어 나도 소통을 위해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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