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논단] 지진, 제2의 세월호?

[2016-10-28, 20:15:33]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되었던 한반도가 9월 12일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하여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는 진도 5.8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12일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고, 48분 후 규모 5.8인 본진이 발생했다. 진도 5 지진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며 건물 전체가 흔들리거나 벽에 금이 가고 무거운 가구가 움직인다. 당시 본진은 전국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감지될 만큼 강력했다. 본진이 발생한 후 9월 19일 경주 지역에서는 또 한차례의 진도 4.5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10월 3일 진도 3.0의 456번째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였다. 잇따른 지진으로 인해 재산상 피해는 약 1,100건이 넘고,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경주 및 인근 지역의 학교에는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지진이 일어났었던 당시, 대다수의 고등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있었고 기숙학교도 있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있었다.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시점에, 학교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에 우왕좌왕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하여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1차 전진이 일어났을 당시 11개교만이 학생들을 대피시키거나 귀가시켰고, 본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24곳만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
 
부산 모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을 서술하였다. 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에도, 담당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심지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감선생님은 먼저 대피하였다는 후문이다. 포항 모 고등학교는 지진 직후, 학부모들께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야간 자율학습은 평소와 같이 진행하며 귀가 조치는 추후 연락드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하였다. 이것은 마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와 똑같은 상황을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후, 학교들은 지진 규모에 따른 대피 매뉴얼이 부족하여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올바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지진이나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일본은 이를 어떻게 대처할까?
 
지진 대피 매뉴얼
한국의 교육부와 같은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12년 “학교 방재 매뉴얼”을 작성했다.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재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관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모아 실제 재해가 일어났을 시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실제 사례들을 종합하여 매뉴얼을 작성하였다. 또한, 각 학교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이나 학생들의 통학 등 여러 방면을 고려하여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대처방안들을 마련하였다. 지진 규모와 진도에 따라 취해야 할 대처방안들을 세세하게 명시하였다. 또한 이 “학교 방재 매뉴얼”은 “사전 위기관리”, “발생 시 위기관리”, “사후 위기관리”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매뉴얼에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위기 물품 등을 미리 비축해 두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고 만일 재해가 발생했을 시를 대비해 피난 경로나 피난처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등 예방 수칙들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작성된 매뉴얼은 실제 주기적으로 평가되고 개선되어 실효성이 있다. 이는 달랑 A4용지 한 장에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등 피상적으로 쓰인 국내 지진 대피 매뉴얼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재난 대비 교육
1947년 일본 사회 교과서에서는 방재 관련 내용이 수록되도록 규정되었다. 교과서에서는 “안전한 생활 지키기”라는 단원이 있어 방재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을까?’ ‘지진이 일어나면 누가, 어떤 활동을 할까?’ ‘재해에 대비해 어떤 일을 하나?’ ‘우리 지역이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주제별로 소개하여 학생들이 보다 쉽게 예방수칙과 대피 수칙들을 익힐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학교, 유치원, 또는 보육원은 아이들을 바로 귀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며 어떻게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나와있다. 이러한 교과서는 학생들을 방재에 대하여 교육하는 것 외에도 어른들에게도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교육이다. 이에 비하여 한국 교과서에서는 재난의 종류, 발생 원리나 대처법만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에 그쳐 재난 대비 교육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비난이 있다.
 
만약, 이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여도 학교 측은 그저 부족했던 매뉴얼을 탓할 수 있었을까? 이번 지진은 단지 재해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수칙을 익혀두어야 한다는 필요성 외에도 어른들의 책임의식 부재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 더 이상 제2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각 학교들은 이번 경주 지진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앞으로의 더 큰 재난에 올바르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조은빈 (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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