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생생한 상하이 학교 이야기]
학교단점편-중국학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기 쉬운 중국교사들의 관리, 약해지기 쉬운 경쟁의식까지
이 글을 처음 시작하면서 밝힌 바, 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한 나는 두 아들을 장차 중국통,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경제중심으로 고속성장을 질주하는 상하이 지역전문가로 키우고자 상하이에 왔다. 형과 는 8살 터울이 지는 둘째 아들 영규는 당시 6살 유치원생으로, 외국어 습득에 조기교육이 이롭다는 여론에 고민을 했지만,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고, 우려되는 정체성 혼돈을 피하고자 최소한 초등학교 과정은 한국학교에서 마쳤다.
한 가족이 중국에 건너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역경과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중국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이 모두 같을 수도 없다. 중국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를 뒀기에 느꼈던 어려움과 그 속에서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나의 소신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첫째, 더 강한 인내심이 필요하더라.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들에게 아무리 부모 마음만 앞세워 야단을 쳐도 때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자신에게 내재된 힘이 터져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중국학교에 다녔던 둘째 아들을 보며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자 악수(惡手)만 둘 뿐, 아이를 망치는 횡포라 생각했다. 중국학교인 만큼 더욱 큰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둘째, 인성교육과 성적향상을 위한 특별수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이것이 바로 중국학교 인 것을. 편견 없이 학교 방침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어실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기초학력이 최하위일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의 평균점수를 깎아먹는 열등생으로 홀대를 받았다. 적어도 현재 상하이중고교의 중국인 교사는 학교성적순위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나쁜 자국학생들에게까지도 자퇴를 권유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학교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의 인성교육이나 성적향상을 위한 특별수업운영과 같은 요구는 소모적인 입씨름으로 끝날 뿐이었다. 학교와 이야기가 잘 풀려봐야 순진하고 편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쳤다. 중국을 대하듯 중국학교 역시 편견 없이 무심히 대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극소수이지만 중국학생들과 동등한 조건하에 치른 고교입학시험(中考)에서 우수한 점수로 명문고교(중점학교)를 당당히 입학하는 한국학생들을 주변에서 보면서 아이들의 진로는 학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하기 나름임을 깨닫기도 한다.
셋째, 중국 국내반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한국학생들에게 교사들의 요구치가 높지 않아 풀어지기 쉽다.
국제반은 일본, 동남아에서 온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로 반을 편성해 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인들과 수업을 받고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반은 더욱 강도 높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소수인데다 중국인과의 경쟁의식도 약하다. 중국교사들이 한국학생에게 가지는 요구치도 높지 않아 뒷전으로 내쳐지는 경우도 있다. 자칫하면 정신상태가 풀어지고 포기하기 쉬운 환경이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고 새로운 현상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부모에게 아이들은 배울게 없다. 예를 들어 우리는 중국인들을 비위생적이고 무질서하다며 무시한다. 중국인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이런 미개성을 기준으로 삼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그런것은 생활의 표피현상일뿐이지 사고의 심층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를 따라 배우는 게 아이들이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주눅들고 풀이 죽는다. 눈치를 보며 허둥거리고 시무룩하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고 극복해야 할 관문이다. 자녀와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며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의 앞길은 여전히 어려움은 많겠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믿는다.
아이들을 중국학교에 보내 중국통으로 키워내려 마음먹으며 가장 어렵고, 가장 필요했던 것은 미련할 만큼의 독한 정성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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